박상률 작가
박상률 작가

[뉴스클레임] 

이번 설 명절에 모인 가족들은 제사상에 무슨 말을 올릴까? 막말 선수들의 막말 경연 때 나온, 말인지 똥인지 모를 것들을 들먹이기도 할 테고, 정치는 없고 ‘공정’이라는 헛말을 내세우고선 칼자루를 미친 듯이 휘두르는 어떤 무리들의 행태를 올리기도 하겠지.

지금 당장은 칼자루를 쥔 듯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칼끝이 자신들의 목을 겨냥할 텐데, 그걸 모르고 왕조시대 때 망나니 칼춤 추듯하니, 오호 애재라!

지난번 시집에 수록한 시 한 편이 떠오르는 아침. 그때 ‘막말ㅇㅇ’에 들어가는 종자들이 하도 많아 이런 시를 썼다. 그런데 그들이 다시 나와 밤낮 가리지 않고 광포히 활보하니... 역사는 반복 되는가, 아니면 그들이 좀비였던가?

<막말질>

어렸을 때 촌로들한테  들은 말 하나. 젊은 사람들이 막말을 하거나 악다구니를 쓰면 노인들이 혀를 끌끌 차면서 하던 말이다.

“조물주가 사람을 맹글 때 입을 젤 난중에 맹글었는디, 가죽이 쪼깐 부족했디야. 그려서 입을 터진 채로 헐 수 없이 기냥 뒀다는구만. 똥구녁도 주름지게 맹글어 잘 닫히게 했음시롱….”

이 말은 막말을 하는 입은 똥구멍보다 못하다는 뜻 아닌가?

요즘엔 ‘지적질’이라는 말도 쓰던데, 조만간에 ‘지적질’이라는 말과 ‘막말질’이라는 말이 사전에 표제어로 오를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이 든다 
                                              -졸시, ‘막말질’ 전문

대통령 자리에 있는 이가 함부로 말을 해서 이란과도 분쟁을 일으키니, 그 수하들도 제멋대로 떠들고 안하무인 격으로 국민들을 대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지나는 ‘테헤란로’ 명칭도 조만간에 바뀔까?

참고, 참고, 참고, 또 참고, 한 번 더 참는 요즈음...

생각은 말로 하고, 인간은 언어로 세상을 구성하는데, 그들은 아무래도 생각이라곤 하지 않고 세상을 사는 듯. 그렇다면 머리는 그냥 장식용? 

짐승의 입을 지칭할 때 쓰는 주둥이, 주딩이, 주뎅이, 주둥치, 주둥아리 수준으로 입을 쓰고 있는 종자들. 맞게 쓰는 걸까? 애초에 그들 모두 사람이 아니고 짐승이었던가?

막말질을 하며 무도하게 구는 종자들에게 신동엽 시인의 시 ‘좋은 언어’를 들려주고 싶다. 그들은 무슨 뜻인지도 모를 테고, 안다고 해도 조금도 개의치 않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때까진’ 좋은 언어로 세상을 채우고 싶어 할 터...

<좋은 언어>

 외치지 마세요.
 바람만 재티처럼 날려가버려요.

 조용히
 될수록 당신의 자리를
 아래로 낮추세요.

 그리구 기다려보세요.
 모여들 와도

 하거든 바닥에서부터
 가슴으로 머리로
 속속들이 굽이돌아 적셔보세요.

 허잘것없는 일로 지난날
 언어들을 고되게
 부려만 먹었군요.

 때는 와요.
 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
 이야기할 때

 허지만
 그때까진
 좋은 언어로 이 세상을
 채워야 해요.
                       -신동엽, ‘좋은 언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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