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종후 한국학교경영연구원 원장(사회복지학 박사)
사진=김종후 한국학교경영연구원 원장(사회복지학 박사)

[뉴스클레임]

공포는 인간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힘, 두 가지 중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당연히 탐욕이다. 공포가 탄생하는 배경은 현실에 대한 불안과 미래의 불확실성이다. 이런 불안과 불확실성은 무력감에서 탄생한다. 즉 무력감과 불안 불확실성은 도돌이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공포를 조성하는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기자였던 밥 우드워드는 자신의 저서 ‘공포’(Fear, Trump in white House)에서 트럼프의 입을 빌려서 트럼프 리더십을 공포정치라고 규정했다. 2020년 발간된 ‘공포’는 경제적 위기, 인종갈등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의 1기 집권 시기를 밀착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진정한 권력은 공포에서 나온다.”

마키아벨리는 세상의 작동원리와 리더의 통치방식을 다룬 보고서를 작성했다. ‘전략론’ ‘정략론’ ‘피렌체사’ 그리고 ‘군주론’ 등이 바로 그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당시 피렌체 실력자 메디치가의 로렌초에게 바쳤으나, 불행히도 로렌초는 그 보고서를 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그 보고서 등을 통해 위대한 사상가 마키아벨리를 만나고 있다. 

마키아벨리가 제시하는 대표적인 전략 중 하나가 ‘공포정치’이다. 그가 말하는 공포정치란 정치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포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그는 더 나아가 공포를 지배적 도구로 활용, 권력을 정복하고 강화하는 것이 정치의 핵심이라고 설파했다.

트럼프와 마키아벨리는 역사적 맥락과 시대적 차이는 있지만, 공포를 통한 권력의 획득과 유지라는 점에서 놀랍게도 정치적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다. 공포정치의 2가지 축은 두려움과 잔혹한 행동으로 집결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국민의 사랑을 얻는 것보다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공포정치가 권력 유지에 필수적임을 역설했다. 잔혹한 행동 역시, 마키아벨리의 사고 안에 굳게 들어있다.

“인간은 은의(恩意)의 끈에 묶인 애정 따위는 이해가 상반되어 예사로 끊어버린다. 한편 공포로 연결되어 있을 때는 복수가 무서워서 쉽게 끊지 못하는 법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 요구하는 것은 여우와 사자의 특징 모두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우는 교활함과 영리함으로써 적으로 속이고, 사자는 용맹함과 힘으로 적을 제압하는 상징이다. 군주는 상황에 따라 여우와 사자의 모습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군주는 또한 도덕적 원칙에 얽매이면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조국의 존망에 걸려 있을 때는 그 수단이 옳다든가 그르다든가 관대하다든가 난폭하다든가, 칭찬받을 만하든가, 수치스럽다든가 하는 것 따위는 일체 고려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도 움직여야 할 목적은 조국의 안전과 자유를 유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마키아벨리의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원칙을 알게 모르게 받아들여 때로는 비도덕이거나 논란이 되는 방법을 사용, 선거에서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하이에나 방식을 고수했다. 또한, 사실 아닌 것을 사실인 양 가정하고, 상대를 공격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포정치는 주로 2가지 측면에서 나타났다. 대중을 향한 메시지와 정책적 접근이다.

정책적 접근으로는 경제적 불안 사회적 변화 외부위협 등을 강조, 대중의 두려움을 자극했다. 이러한 공포는 그가 주장하는 국경 강화, 보호무역 등의 정책의 정당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취함으로써 국민의 단결을 끌어냈다. 이 부문에 대해서는 마키아벨리도 같은 맥락을 주장하고 있다. 

“남을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자멸한다. 이것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다고 할 수 있는 보편 타당성을 가진 원칙이다.”

트럼프가 대중을 향해 주로 쓰는 접근 방식으로는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다.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언어와 이미지를 사용,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는 단골 소재는 범죄, 이민, 테러 등이다. 이를테면, 끊임없이 멕시코와의 국경장벽 건설을 주장, 불법 이민자들의 점증하는 범죄를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접근은 특정 집단의 지지를 얻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대중의 메시지로 ‘우리와 그들 구도’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대중을 자신 편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이민자, 미디어, 정치적 반대자 등 그들 집단에 대한 적대감을 조성했다. 

공포정치는 분열정치의 다른 이름이다. 분열정치는 자신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대립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에 따라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초래하는 데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오늘날 마키아벨리즘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권을 잡기 위해서 트럼프가 벌인 각종 불법적 행위는 마키아벨리즘과 유사하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유사한 것은 거기까지만이다. 그 둘의 유사성을 섣불리 단정 짓기 전에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오늘날 세계 최강국 미국이라는 나라와 주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마키아벨리의 조국인 ‘피렌체’라는 도시국가와의 차이다. 마키아벨리는 피렌체가 이탈리아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세력균형정책을 확립하기를 원했다.

다른 하나는, 가혹한 인간상과 달리, 마키아벨리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점이다. 마키아벨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어째서 자신을 활용하지 않을까’ 하는 취직의 소원을 버리지 못했다. 이를 위해서 유력자에게 자신의 저서를 바치고, 외국에 대사로 나가 있는 친구에게 부탁하는 등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인간성에 대해서 냉철한 비관론자였던 그가 자기 일에 대해서는 순진한 낙관론자였다.

공포정치와는 별개로, 마키아벨리는 지도자에게 3가지 자질을 요구했다. 비르투, 포르투나, 네체시타 등 3가지가 그것이다. 비르투는 역량, 재능을, 포르투나는 운, 행운을 일컫는다. 네치시타는 시대의 요구에 합치하는 것을 뜻한다. 트럼프가 과연 이러한 지도자 요소를 갖고 있는 지는 앞으로 트럼프2기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이를 통해 트럼프와 마키아벨리의 유사성을 다시 판단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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