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한국 사회의 법치가 이토록 무너질 수 있단 사실에 국민의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지난해 8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오전 11시 30분께 도로 한복판에 가로 6m, 세로 4m, 깊이 2.5m의 대형 싱크홀이 갑자기 솟구쳤고, 이로 인해 차량이 통째로 빠져 조수석 아내는 숨지고 80대 남편은 중상을 입었다. 누가 봐도 명백한 공공영역 관리의 부실, 관리 주체의 책임 방기가 빚은 참사였다.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놀랍게도 ‘운전자가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았다’며 치사 혐의로 입건,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국가와 지자체, 도로 관리 책임의 명백한 하자에 대해선 내사종결 등 별다른 책임도 묻지 않았다. ‘앞서 지나간 다른 차들은 사고를 피했다’는 궁색한 논리를 내놓으며, 오히려 인생의 전부를 잃은 80대 피해 노인에게 법적 처벌을 앞세운 셈이다.
국가가 도로 한복판의 구멍을 방치해 생명을 지킬 의무를 저버렸음에도, 실질 책임 소재를 외면하고 피해자에게 과실을 물으며, 국민을 두 번 죽이고 있다. 경찰·검찰·법원이 누구의 편에 서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이 땅의 누구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싱크홀이 아니라 법치와 국가책임 의식 자체가 꺼져버린 ‘무법천지’에서 사는 현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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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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