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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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레임]  ‘7건사(七件事)’라는 말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꼭 필요한 것 7가지’다. 땔나무(薪)와 쌀(米), 기름(油), 소금(鹽), 장(醬), 식초(醋), 차(茶) 등이다. 모두 음식과 관련된 것들이다.

먹을 것을 중요시하는 중국 사람들이 만든 말이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공통사항’이 아닐 수 없다.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재간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가격이 문제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는 6.3%나 올랐다.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11월의 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라고 했다.

전체 물가상승률은 6.3%였지만, 두 자릿수로 오른 품목이 수두룩했다. 배추와 오이, 시금치는 무려 70%를 넘었다. 채소를 아예 끊게 생겼다.

빵은 12.6%, 치킨 11.4%, 생선회는 10.7%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돼지고기값은 9.9%로 두 자릿수 턱걸이를 했고, 수입소고기는 24.7%나 올랐다고 했다.

점심값이 무서운 월급쟁이들은 마트나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샌드위치로 한 끼를 때우고 있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출근하는 월급쟁이는 ‘밀프레족’, 편의점에서 사먹는 월급쟁이는 ‘편도족’이라고 했다.

햄버거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기도 힘들어졌다. 가격이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거플레이션’이라며 우울해하고 있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돈값은 상대적으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그랬으니 ‘비싼 밥’ 대신 ‘값싼 돈’을 직접 먹어버리는 방법이라도 연구해야 할 판이다.

그런 돈이 있기는 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소금으로 만든 돈’ 이야기가 나온다. 오늘날의 중국 건도(建都) 지방에서 사용되었다는 돈이다.

“소금물을 끓여서 틀 속에 넣으면 빵 덩어리처럼 아래는 평평하고 위는 둥그런 모양이 된다. 무게가 반 파운드 정도 되게 만든다. 그런 다음, 뜨거운 돌 위에 올려놓고 말려서 단단하게 굳힌다. 그 위에 군주의 인장을 찍는데 군주가 임명한 관리가 아니면 누구도 이런 돈을 만들 수 없다. 이것이 소액화폐로 쓰인다.”

이 ‘소금돈’은 화폐의 기능 외에도 용도가 또 있었다. 마르코 폴로는 ‘소금돈’이 부서져서 조각났을 때는 음식에 넣어서 먹기도 한다고 밝히고 있었다.

‘입을 수 있는 돈’도 있었다. 한나라 무제 때 ‘임금 전용 사냥터’에서 사육되는 흰사슴의 가죽으로 만든 돈이 그랬다. 세계 최초의 ‘가죽돈’이었다.

하기는, 우리도 월급을 곡식으로 받았다. 관리들의 ‘녹봉’이다. 월급을 쌀과 보리, 콩, 포목 등으로 받은 것이다. 돈으로 받는 ‘월봉제’가 시행된 것은 ‘갑오개혁’ 이후였다.

당시 고위직인 정1품 관리는 300원, 종1품은 200원을 받았다. 대군이나 왕손 등 '특권층'의 경우는 350원이었다. 반면 하위직인 ‘9품’은 15원에 불과했다. 정1품의 봉급이 9품의 20배나 되었다. 엄청난 ‘상후하박’의 급여체계였다.

어쨌거나, 염소가 아닌 이상 ‘종이’로 만든 돈은 소화시킬 능력이 없다. 그래서 염소가 부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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