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리 해파랑길 해파랑길19코스

[뉴스클레임]
해파랑길 19코스는 포항의 최북단 화진해변에서 영덕군의 강구까지 약 16km의 길이다. 화진해변에서 2km를 걸어 영덕군으로 들어서고 다시 1.5km쯤 가면 장사상륙작전이 있었던 해변을 지난다. 삼사해상공원을 올랐다가 내려오면 이윽고 강구항의 대게식당 거리다.
포항에 오던 날부터 3일 동안 해파랑길 17코스와 18코스를 포함해 거의 40km를 걷고 마지막 날이었다. 19코스는 거리가 16km 남짓하지만 이미 3일을 걸은 뒤여서 어느 정도 마음에 부담이 되는 길이었다. 길에서 만나는 바위와 바위에 붙어 있는 풀 한포기, 마을 담장에 그려진 그림 한 폭 예사로 넘기지 않고 살피며 걷는 터여서 다른 이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거리겠지만 우리 내외에게는 쉽지 않은 길이다.
화진해변을 출발한 이후 바닷가 마을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고, 펜션, 풀빌라, 호텔, 모텔 등 온갖 형태의 숙박시설 역시 그랬다. 다리를 건너서 ‘영덕 블루로드’ 안내판을 보며 영덕의 길이 시작됨을 알았다. 파도와 바람이 깎아놓은 바위들과 함께 푸른 바다와 수평선을 바라보며 걸었다.

바위해변이 끝나면서 모래해변에 커다란 배가 한 척 눈에 들어왔다. ‘문산’, ‘아 학도병들이여...’,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 등의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방풍림 가까이에 서 있는 커다란 조형물에 다가가 살펴보니 ‘장사상륙전몰용사위령탑’이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침공으로 한국전쟁이 시작되었고 전선은 이미 낙동강까지 밀려 내려와 있었다. 맥아더장군의 지휘 아래 유엔군은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했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큰 서해안에서의 상륙작전은 성공가능성의 희박한 작전이었지만 전세를 뒤집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작전이었다.

낙동강 방어선 동북쪽으로 침략군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계획된 작전이 장사상륙작전이었다. 1991년에 세워진 장사상륙작전전적비 등에 따르면 이 작전을 위해 1950년 8월 24일 대구, 밀양 등지에서 772 명의 대원을 모집했다. 대부분 고등학학생이었다. 이들을 자원으로 육군본부 직할의 유격대대가 창설되었고 8월 27일부터 30일까지 4일 동안 밀양에서 이들을 훈련했다.
9월 13일 이들을 태운 270톤 급의 상륙함 문산호가 부산항을 출발했다. 다음날인 9월 14일 새벽 4시30분 장사해안에서 기습적 상륙작전이 시작되었다. 오후 2시 50분에 장사해변에 상륙한 대원들은 적군의 주보급로를 차단하고 적군 2개 연대와 전차를 영덕방면으로 유인했다. 당시 평양의 방송에서는 유엔군 2개 연대가 동해안에 상륙했다고 보도했다. 그 다음날인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고 한국전쟁의 전세를 역전시켰다.

당시 장사상륙작전에는 17세에서 19세의 학도병 718명을 포함해 772명의 병력이 동원되었다. 당시 상륙한 대원들은 이후 9일간의 치열한 전투를 벌여 적군 270여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기록했다. 대원들의 패해도 막대해, 130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문산호는 불어온 태풍으로 좌초되었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듣거나 읽은 적 없는 작전이고 희생이었다. 인천상륙작전만큼 엄숙하게 기려야 할 작전이고 높이 받들어야 할 희생이었다. 9월14일은 장사상륙작전 전승 기념일이다. 나라를 위해 몸 바친 그들 덕에 바닷가의 저 아름다운 건물들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내가 이 길을 걷는다.

바다로 행해 뻗어 있는 산책로에서 관광객이 과자를 들고 갈매기를 희롱하고 있었다. 동해의 바닷가에서는 그 어디든 굳이 바다로 향해 걸어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기왕에 왔으니 바다 위를 걸었다. 산책로 아래의 바위에서 부서지는 파도는 아름다웠다.

강구항 근처에서 길이 낮은 산으로 향한다. 삼사해상공원이라는데 삼사 (三思)의 의미는 알 수 없었다. 제주 올레를 걸을 때 ‘나인굿마을’에 다가가며 ‘제주 민속신앙으로 9 종류의 굿을 하는 마을’이라 짐작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영어로 ‘Nine Good’이라 표기되어 있어서 웃은 기억이 떠올랐다. ‘삼사 (三思)’는 무슨 뜻일까. 공원을 이리 저리 걷고 나서도 그 뜻을 알 수 없었다.

강구항에 도착했으니 대게 식당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12월이었는데 국내산 대게는 마리당 20만원까지 부른다. 러시아에서 수입했다는 대게 두 마리로 피로를 풀었다. 다른 식탁에 ‘자동차로 동해안을 끝에서 끝까지 여행 중’이라고 자랑하듯 큰 소리로 종업원에게 이야기 하는 노부부가 앉아 있었다.
“우린 걸어서 가는 중입니다.”
아내를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자랑했다. 식탁 위의 대게를 바라보며 아내가 웃었다.
글쓴이 오근식=1958년에 태어나 철도청 공무원, 인제대학교백병원 그리고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일했다. 2019년 2월 정년퇴직하고, 제주 올레, 고창과 통영의 길과 섬을 걸었다. 이후 해파랑길 750km를 걷기 여행을 마치고 현재는 1,470km의 남파랑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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